"침묵의 세계"
단호하지만 한없이 여리다. 그의 어투를 보면 시기 어린 질투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뿌리 깊은 보수적 사회에 지쳐 좌절한 청년들을 위로하고 싶은 것처럼 그를 달래주고 싶다. 이 건축가는 건축의 미학을 넘어 이제는 ‘언어’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를 이야기 하기 이전에 부동산이 먼저 언급된다. 문화의 영역도 아닌, 인문의 영역도 아닌 그 위치도 정할 수 없는 부동산. 많은 건축가들의 성찰이 담긴 저서들이 쏟아진 데에도 이 때문일까. 우리가 문화에 대한 몰염치한 것도 이유겠지만 또한 우리는 건축을 문화가 아닌 부동산과 또 하나의 상품으로 여겨서일 수도 있다. 요즘은 실패에 대한 용납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특히나 건축에서 이러한 것이 용납 되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말한 바로 건축의 ‘공공성’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되고 소비되는 형식이 도시와 사회 그리고 국가에 관련된 것이다. 그가 말했듯 건축은 도시를 움직이는데, 국가가 움직이는데, 인간이 움직이는 데에 막대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주장한 ‘옛 것’ 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지금은 ‘관습’이라 일컬어지겠다. 문화적 측면에서 대중적이라는 단어에 항상 비판을 일삼고 대중적인 것은 질이 낮다고도 이야기 한다. 하지만 건축은 공공성이 있어서 쉽게 소비되고 쉽게 사라지고 변하면 안 될 만큼 ‘관습’ 또한 중요한 요소로 발견 될 수 있다. 건축 사무소에 재직하고 있는 지금 무수한 아파트는 그 어떠 건축가의 영혼과 사상을 담아낼 수 없는 상품이 되어 있었다. 이런 장소에는 이런 타입의 아파트, 또 이곳은 이런 타입 등 이미 관습화하여 작업하기에는 수월하나 알맹이가 없다랄까. 물론 관습에 익숙한 건축가가 지은 건축이 더 본질을 간파한 작품일 수도 있다. 아파트 역시 사업성이 있어야 움직이고 그만큼 빨리 진행되야 하므로 표본, 메뉴얼이 있는 작업 시스템이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관습’ 들 역시 중요한 요소로 발견 될 수 있는 지점이 건축이 부동산이 아닌 문화의 영역으로 인정 받는 때가 아닐까. 그 시기는 정확히 짚을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변해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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