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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책CHECK!10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_유발하라리 국내의 한 방송사가 2021년 신년 특집으로 버라이어티 쇼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 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여기에선 스포츠, 작곡, 주식투자, 심리 인식 등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과 그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인간의 대결을 다룬다. 한 때 인류에게 강한 충격을 줬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AI는 인간에게 또 다른 무력감을 가져다 줄 것인가. 혹은 인공지능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가져다 줄 것인가.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 이후 그의 세번째 책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우리 눈앞에 펼쳐진 주요 사회 현상에 관하여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담은 책이다. 나는 그가 쓴 3편의 훌륭한 작품을 읽고도 어떤 깊이 있는 생각을 써내려 가지 못하면 어쩌나, 꽤 무거운.. 2021. 2. 1.
데스바이아마존 데스 바이 아마존 이라는 말은 좀 생소하게 들린다. 이는 아마존의 성장으로 위기에 처한 상장 기업 종목들의 주가를 지수화한 것을 일컫는다. 책의 초반부 몇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아마존? 많이 성장했지." 이 정도였다. 그러나 아마존이 그리고 있는 미래와 그로 인해 변화 할 유통 업계들을 상상하니 여느 영화 속 SF 장면들이 곧 현실로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셀프 계산을 비롯한 키오스크 주문 시스템 하나 완벽히 해내지 못하고 뒤로 가기를 누르며 버벅 거리는 나인데,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니 미래가 어둡고 가혹하기도 하다. 이 책은 온라인 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첫 두로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패러다임(가상 현실을 이용한 상품 체험, 직원 없는 매장 등), 빅데이터를 이용한 상품 추천, 음성 .. 2020. 12. 22.
바디: 우리 몸 안내서 이 책은 우리 몸 안내서다. 제목 그대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몸 속 가장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탄탄한 골격을 이루는 물질까지 ‘나’로 온전히 존재하기 위한 몸의 메커니즘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반복적으로 하는 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조직의 대부분의 역할과 작동 원리는 아직 수수께끼라는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유전자가 어떻게 전달되며 한 생명을 이루고자 몸의 어떤 물질이 반응하는지, 미시적으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들의 세부적인 역할은 무엇인지 또 왜 존재하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우리는 스스로 수수께끼라 칭하는 몸 속 모든 작은 조직들이 하나로 모여 만들어진 우주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렇듯 초반부에 작가는 우리 존재에 관한.. 2020. 12. 21.
승효상/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침묵의 세계" 단호하지만 한없이 여리다. 그의 어투를 보면 시기 어린 질투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뿌리 깊은 보수적 사회에 지쳐 좌절한 청년들을 위로하고 싶은 것처럼 그를 달래주고 싶다. 이 건축가는 건축의 미학을 넘어 이제는 ‘언어’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를 이야기 하기 이전에 부동산이 먼저 언급된다. 문화의 영역도 아닌, 인문의 영역도 아닌 그 위치도 정할 수 없는 부동산. 많은 건축가들의 성찰이 담긴 저서들이 쏟아진 데에도 이 때문일까. 우리가 문화에 대한 몰염치한 것도 이유겠지만 또한 우리는 건축을 문화가 아닌 부동산과 또 하나의 상품으로 여겨서일 수도 있다. 요즘은 실패에 대한 용납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특히나 건축에서 이러한 것이 용납 되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말한 바로 건축의 ‘공공성’.. 2020. 11. 18.
세상에서 가장 큰 집 건축: 권력의 상징 한겨레 신문의 건축 전문 기자인 구본준의 저서를 보면 건축과 학생들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겨냥해 쓰여진 책 같이 건축과 사회에 대해서 그렇게 전문적이지 않은 시각으로 풀어서 저술한다. 전문적이지 않다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기 보다, 알기 쉽게 그리고 여러 문화 분야를 함께 설명해주어서 건축에 대해 보편적인 시각으로 저술하였다. 저자의 역시 건축에 담긴 ‘정신’을 이야기 하며 알기 쉽게 건축의 역사와 사회에서의 그 역할을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서현 건축가의 권력의 상징으로서의 건축에 대한 강의였다. 막연하게 참석했던 그 강의는 유명 건축가의 강의라는 생각이 앞서 무언가를 배워가야 한다는 느낌이 강했고 상당히 전문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건축가 서현.. 2020. 10. 26.
진심의 공간 데몰리션: 분쇄 그리고 성찰 건축을 읽으면 항상 영화가 떠오른다. 건물을 뜯어 하나하나 다 분해해보며 그 속에서 사유하고 관찰하며 무언가를 확립해 나가는 이 책은 먼저 영화 ‘데몰리션’을 떠올리게 하였다. 김현진 저자의 진심의 공간은 말 그대로 그녀가 말하는 공간과 사물에 대한 진심이다. 그녀의 글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간간히 접해 왔다. 긴 글 보다는 짧은 대목에 가까운 글을 보았기 때문에 책을 읽기에 앞서 작가의 일기 형식의 글에 공감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건축물에 대한 탐구보다 사물에 대해, 그리고 공간에 대해 깊이 사유한 이 책은 너무 감성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몇 번이고 앞섰다. 하지만 그녀가 사물과 공간을 이야기 할 때마다 무심코 지나쳐 왔던 나의 경험과 생각들이 먼저.. 2020. 10. 23.
건축가 서현의 세모난 집짓기 상상하다 그리고 타협하다. “건물을 지을 때는 항상 공사비 압박을 받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건물을 지으려면 허가도 받아야 하고 건물 규모가 커지면 심의까지 통과해야 한다. 근엄하고 즐비하게 앉아 있는 심의 위원들은 때로는 합리적이지만 때로는 무신경하다. 그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건물은 도시에 설 수 없다.“ 첫 문단을 읽는 것만으로도 답답하다. 건축을 공부하지만, 그리고 건축을 예술의 한 분야로서 생각하고 싶지만, 책의 에필로그라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등장하는 글은 다소 부정적이다. 또한 그가 아파트와 주택에 대하여 비교해 쓴 글은 더욱이 현재의 건축물은 그저 도시적 구성물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파트를 묘사할 때 범죄 현장이라 표한 것도, 기능은 있으나 감정이 없는 주거라 표한 것도 말이.. 2020. 10. 21.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무엇을 재생할 것인가.' '무엇을 재생할 것인가.' 2020년, 도시는 소위 말하는 뜨거운 지역(hot place) 의 경쟁시대이다. 소셜 미디어에서도 ‘꼭 가봐야 할 서울 핫한 동네 모음’, ‘부산 서면 전포동 카페거리 핫 플레이스’, ‘대구 뜨는 동네 OOO’ 등 각 도심에서 이른 바 ‘뜨거운 지역‘을 홍보하는 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 ’핫 플레이스’ 라는 단어는 그동안 대중적으로 주목 받던 지역에서 벗어나 방문이 뜸했던 곳, 소위 말하는 ‘나만 아는 장소‘에서 대중의 전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과정에 놓인 지역들을 일컫는다는 인상을 준다. 여기에서 우리, 특히 젊은 세대들은 지역 곳곳의 핫 플레이스를 가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기도 하며 간접적으로도 경험하고 거치면서, .. 2020. 10. 20.
기억의 정치와 역사 '기억산업에 관하여' 1. 개인적인 홀로코스트 어렸을 적 홀로코스트 영화를 자주 보았다. 쉰들러리스트, 피아니스트,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그리고 사울의 아들 까지 피해자, 가해자, 생존자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홀로코스트 영화를 접했다. 홀로코스트는 대개 극단적이었다. 그래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대중의 입장에서 더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접했던 ‘홀로코스트’란 단어는 남들보다 조금 더 영화를 좋아하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고, 극한의 상황을 표현하는 홀로코스트만의 영화 스타일에 빠져 연속으로 그런 류의 영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몇 달 간 반복해서 보았던 영화가 이제 무뎌져서 그만 보려고 해도 홀로코스트란 주제로 만들어진 영화는 최근에도 이따금씩 개봉을 하고 있다. 영화를 통.. 2020. 10. 19.
홍상수의 매커니즘을 통해 바라 본 형식의 억압 0. 문고리 항상 누르던 집 앞 현관 비밀번호가 갑자기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의도적으로 숫자를 기억해 내는 것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번호를 치던 손의 움직임만이 기억에 남았다. 그 번호가 무엇인지를 기억해 내려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은 백지가 되었고 허공에 몇 번이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짓을 시뮬레이션 해 본 뒤에야 문을 열 수 있었다. 나는 또한 문을 여는 순간에 펼쳐지는 낯선 공간에 대한 기대감 대신 남의 공간의 문고리를 부수었던 날을 가장 잘 기억한다. 프랑스 파리 시내의 한 호스텔에서 나는 두 번이나 문을 여는 방법을 몰라 부끄러웠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한 번은 호스텔 대문 앞에서 그리고 또 한 번은 호스텔 내 샤워실에서 문을 못 연 것을 넘어 문고리를 부수었던 경험이 있다. 갑작스럽게 열리지 .. 2020. 10. 18.